아침부터 눈이 소복하게 내렸다. 옷을 단디 챙겨입고 털신으로 무장한 채 빗자루를 들었다. 시골의 장점이자 단점은 집의 경계가 다소 모호하다는 것인데 집 자체는 담벼락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골목을 공유하고 있다보니 어디까지가 우리집 마당이고 우리집 골목인지 알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감나무잎 쓸기와 눈 쓸기는 젊은이의 몫이 되고 옆집의 앞집의 앞집에 사는 조카들이 모두 학교에 갔기 때문에 불행히도 현재 이 마을의 젊은이 중에 으뜸 젊은이는 바로 나다. 으뜸 젊은이의 보호자인 아빠의 뒤를 밟으며 총총총 눈을 쓸었다. 동네 한 바퀴 휘젓고 난 뒤 매실차와 호박즙을 데워 마셨다. 장작에 땅콩을 구운 후 껍질을 까서 간식통에 넣어두었다. 그 다음으로는 엄마가 반죽해 놓고 간 김치전을 부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