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il cuore va./diario

20201207

지새다 2020. 12. 8. 01:01

오늘은 문어가 집에 놀러왔기 때문에

특별히 연어와 육회를 주문했다.

 

1층 현관에서부터 발열과 인후통이 있는지 물어보자

지긋지긋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아버님이 주신 레몬청에다가 탄산수를 섞어 레몬에이드를 만들었다.

 

신나게 먹고 마시며

자그마치 15년치 묵은 이야기보따리를 꺼냈다가

아차 싶어서 도로 집어넣으려는데

세상에 나는 그 어린 나이에, 겨우 어리다는 핑계 하나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잘못들을 해 온 걸까.

 

의미도 명분도 없는 대장놀이에 빠져

그 좁고 얕은 곳을 헤집고 다니던 사춘기 소녀는, 죽었을까.

아니면 뻔뻔히 살아남아 마른 김에 육회와 배와 무순을 싸서 먹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고생했다는 말 한 마디에

무릎을 탈탈 털고 일어나 깜깜한 지하도를 걸었을까.

정말 그것마저 아니면,

대답없는 대문을 쾅쾅 두드리다가 차마 이름까지는 못 부르고

네 물건만 슬쩍 놓아두고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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