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0210112

지새다 2021. 1. 12. 15:24

아침부터 눈이 소복하게 내렸다.

옷을 단디 챙겨입고 털신으로 무장한 채 빗자루를 들었다.

 

시골의 장점이자 단점은 집의 경계가 다소 모호하다는 것인데

집 자체는 담벼락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골목을 공유하고 있다보니 어디까지가 우리집 마당이고 우리집 골목인지 알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감나무잎 쓸기와 눈 쓸기는 젊은이의 몫이 되고

옆집의 앞집의 앞집에 사는 조카들이 모두 학교에 갔기 때문에

불행히도 현재 이 마을의 젊은이 중에 으뜸 젊은이는 바로 나다.

 

으뜸 젊은이의 보호자인 아빠의 뒤를 밟으며 총총총 눈을 쓸었다.

 

동네 한 바퀴 휘젓고 난 뒤 매실차와 호박즙을 데워 마셨다.

장작에 땅콩을 구운 후 껍질을 까서 간식통에 넣어두었다.

그 다음으로는 엄마가 반죽해 놓고 간 김치전을 부치고

또 그 다음으로는 엄마가 만들어둔 떡볶이 국물에 떡과 어묵을 넣어 자작히 졸였다.

 

사과 하나를 꺼내서 내가 네 조각, 할아버지가 두 조각을 나눠 먹었다.

내가 세 조각, 할아버지가 두 조각을 먹었을 때

과연 누가 남은 한 조각을 먹을 것인가에 대해 다소 열띤 토론이 있었는데

결국 아침부터 고생한 으뜸 젊은이가 먹어야 한다는 의견에 양측 모두 동의했다고 한다.

 

아빠가 오전 일을 끝내고 돌아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설거지를 마친 후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했다.

하루 두 번 청소하는 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먼지가 많다.

 

빨래까지 하고 나서 포도밭에 갔다.

오늘 내가 할 일은 비닐하우스 천장에 고여있는 물 빼기와

비닐하우스 입구 바닥에 고여있는 물 빼기와

(역시 농사는 물과의 전쟁이다)

 그리고 온수튜브의 포장지를 뜯어 아빠에게 전달하기 등이다.

 

장대의 길이는 대략 3미터로 내 키의 두 배에 달한다.

장대로 천장에 고인 물을 흘려내리는 동시에 비닐이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무엇보다 곧게 자라고 있는 포도나무의 가지들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비닐하우스 입구 바닥에 고여있는 물은 삼십 초마다 다시 고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이 아닐 수 없는데

그렇다고 대충하거나 입을 삐죽 내밀 수 없으니 그냥 잠자코 하기로 했다.

 

우리집에는 대대로 몇 가지 죄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어차피 해야 할 일을 대충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을 입을 삐죽 내밀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죄악 중에 죄악은 "어차피 해야 할 일을 입을 삐죽 내밀면서 대충한다"인데

정말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아무튼 온수튜브의 포장지를 뜯어 아빠에게 전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임무다.

일단 포장지를 뜯을 때 튜브가 찢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신신당부를 두 번 정도 들어야 하고

그리고 각각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고랑에 맞춰 작업을 진행해야 하고

무엇보다 포장지를 곱게 접어 최소의 부피로 쓰레기통에 넣어야 하는데

쓰레기통 옆 바닥에 삼십 초마다 물이 고여있는 걸 보자니 또 속이 터진다.

 

포도밭 일을 마무리하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본업이 포도밭 일이지만 내 본업은 검색서비스 운영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일 40%, 노무사 공부 30%, 운동 30%으로 7시간을 써 볼까 한다.

역시 몸이 하나 뿐인 건 정말 억울하고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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