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어느 드라마에 나왔던 추억은 추억일 뿐 아무런 힘이 없다는 말은 틀렸다. 하루 걸러 상처받고 지옥을 갱신하는 삶에서도 오직 추억이었다. 추억을 좀먹고 버티는 이들은 널리고 널렸지만 추억 때문에 죽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모질게 떠났으나 그동안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으로 싸늘한 말로 생채기를 냈지만 마음만은 여렸던 사람으로 포장하고, 하다못해 시련과 고통을 마주할 용기를 배웠다며 방어하기 바빴다. 극도로 미화되어 껍데기만 남은 추억이라도 기어코 도망간 알맹이 찾겠다고 빗속을 헤매는 게 아니라면 그 역시 좀 봐줘도 되지 않을까. 이제 나도 그 지긋지긋한 비 말고, 빗속을 헤매다 엉엉 운다거나 홍수에 잠겨버린다는 결말 말고 어느 맑은 날 늦잠 자다가 약속에 늦었다는 둥 한때 즐겨 듣던 노래는 제목조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