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il cuore va./diario 276

20190128

어쩌면 내가 이렇게 나약한 건 너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름만 불러도 득달같이 달려와 내 앞에 서 있기 때문에, 나보다 더 화를 내고 더 심한 욕을 내뱉고 돌멩이든 뭐든 손에 잡히는 대로 던져서 그들을 저 멀리 내쫓아 끝내 나를 보호하기 때문에, 때로는 동굴을 부수고 때로는 늪을 헤엄쳐 나를 꺼내오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너의 뒤에 숨어 옷깃을 꼭 잡고 세상이 가라앉게 울어버리는 게 다였다.

20190127

잘 해보자, 2014년, 가게에 새로운 파트타이머가 들어왔다. 스무 살 동생이었고, 주말근무를 지원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 n번째 메이트가 되었다. (사실 너무 오래 일해서 동생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셀 수 없음) 예쁜 얼굴에 거침없는 성격으로 다른 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고, 실제로 내가 가장 아낀 동생이기도 했다. (어찌나 당당하고 거침없었는지 점주님이랑도 맨날 싸움) 그 해는 내 인생에서 거의 첫 시련으로 꼽을 만큼 괴로운 시간이었다. 힘들다는 말을 내뱉거나 그런 마음을 겉으로 내색하기라도 하면 나 스스로 무너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학원, 스터디, 아르바이트, 운동, 도서관 등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날도 운동갔다가 스터디갔다가 진이 다 빠져서 가게에 출근했..

20190126

이십칠 세쯤 되면 그럴듯한 커리어우먼이 될 줄 알았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 넷쯤 해내고, 개떡같이 말해도 콩떡같이 알아듣는 척척박사 세상 모든 일을 거뜬히 해결하는 난놈일 줄 알았다. 현실은 0.7인분을 겨우 채우는 1.3년차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졸업과 동시에 취직하고 직장에서 인정 좀 받다가, 일찍 결혼해 적당히 재밌는 가정을 꾸릴 줄 알았다. 퇴근하고 남편과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어떤 새끼가 내 신경을 건드렸는지 시시콜콜 일러바칠 평안이, 내 아이의 밑그림 위에 가장 예쁜 색을 고르고 골라 함께 칠할 기쁨이 올지 모르겠다. 그렇게 이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차고 (사실 귀찮고) 내 자리와 안위에 만족하는 평범한 소시민이 되었다. 그럼에도 더디고 서툰 나에게 일거리를 주는 곳이 있고 제멋대로인 나를 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