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il cuore va./diario

20190127

지새다 2019. 1. 29. 14:23

잘 해보자,

 

2014년, 가게에 새로운 파트타이머가 들어왔다.

스무 살 동생이었고, 주말근무를 지원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 n번째 메이트가 되었다.

(사실 너무 오래 일해서 동생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셀 수 없음)

예쁜 얼굴에 거침없는 성격으로 다른 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고,

실제로 내가 가장 아낀 동생이기도 했다.

(어찌나 당당하고 거침없었는지 점주님이랑도 맨날 싸움)

 

그 해는 내 인생에서 거의 첫 시련으로 꼽을 만큼 괴로운 시간이었다.

힘들다는 말을 내뱉거나 그런 마음을 겉으로 내색하기라도 하면

나 스스로 무너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학원, 스터디, 아르바이트, 운동, 도서관 등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날도 운동갔다가 스터디갔다가 진이 다 빠져서 가게에 출근했다.

신나게 마감을 하고 퇴근하려는데

세상 거칠 것 없는 그 애가 쭈뼛쭈뼛 종이가방을 건넸다.

나 시카고가서 따뜻하게 지내라고, (자기 말로는) 코 묻은 돈으로 옷을 샀단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저 멀리서 그 애가 소리를 질렀다.

"예원, 잘 해보자."

 

그때도, 그 이후에도 느닷없이 그 말이 들렸다.

 

내 손톱으로 또 속눈썹으로,

때로는 내 시선이 머문 종이쪼가리와 소매에 묻은 티끌로,

어떤 날은 그 애처럼 거침없이 툭 하고 심장에 박히기도 했다.

 

지금은 연락도 주고받지 않고

어디에서 뭐하고 사는지도 알 수 없는 그 애의 말이,

내 신경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위로가 되었다.

 

그러니까 정말, 잘 해보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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