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6 그날 밤에도 비가 내렸다. 택시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가는데 비가 어찌나 세차게 내리던지 창 밖으로 익숙한 동네가 이어지는데도, 두 눈에 모두 담을 수 없었다. 그저 소리로, 냄새로 떠나는 시간을 붙잡으며 또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사연 많은 그 애는 미처 다 자라지 못한, 다 큰 애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에 주저앉아 울고 또 울다가 주룩주룩 내리는 그 비를 다 맞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Come il cuore va./diario 2019.04.27
20190423 짙은 밤이 무색하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날 뻔 했지만 상대의 것에 견줄 수 없었다. 선명해진 어둠이 아쉬워 괜히 손등을 매만졌다. 머지않아 다시 보자는 말은 지켜지지 않았고 끝이 곧 시작이라는 위로도 부질없었다. 신에게 그런 아량이, 세상에 그런 평화가 남아있을 리 없었다. Come il cuore va./diario 2019.04.23
20190418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무심결에 흘러나온 이름이나 문득 떠오른 추억에, 익숙해진 습관들에 와르르 무너지는 걸 느낀다. 나는 강한 사람이기에 극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결국 오만이 아니었을까. Come il cuore va./diario 2019.04.19
20190406 글쟁이나 재단쟁이가 되고 싶어. -그 둘은 너무 다르지 않아? 사실은 온기를 짓는 일이지. 슬픔의 돌을 채우거나. Come il cuore va./diario 2019.04.06
20190330 남자는 잉크가 말라버린 펜을 꺼내들었다. 내가 온전히 간직하고 기억하는 것들, 이라고 끄적인 후 언제나 소스 두 줄을 뿌려먹던 천 원짜리 닭꼬치를 그렸다. 마음 깊이 아끼던 그 애는 소스를 뿌리지 않았다고 덧니 사이로 배시시 흐르던 웃음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고, 빛바랜 종이 끝을 만지작거리다 그 가을밤은 별 거 아니었다고, 오른쪽 모퉁이에 적어두었다. Come il cuore va./diario 2019.03.30
20190325 그렇게 바삐 어딜 가는거야? -여기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어째서? 날이 이렇게나 좋은데. -발을 디딜 때마다 그 애의 향이 나거든. Come il cuore va./diario 201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