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il cuore va./diario 276

20190426

그날 밤에도 비가 내렸다. 택시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가는데 비가 어찌나 세차게 내리던지 창 밖으로 익숙한 동네가 이어지는데도, 두 눈에 모두 담을 수 없었다. 그저 소리로, 냄새로 떠나는 시간을 붙잡으며 또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사연 많은 그 애는 미처 다 자라지 못한, 다 큰 애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에 주저앉아 울고 또 울다가 주룩주룩 내리는 그 비를 다 맞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20190330

남자는 잉크가 말라버린 펜을 꺼내들었다. 내가 온전히 간직하고 기억하는 것들, 이라고 끄적인 후 언제나 소스 두 줄을 뿌려먹던 천 원짜리 닭꼬치를 그렸다. 마음 깊이 아끼던 그 애는 소스를 뿌리지 않았다고 덧니 사이로 배시시 흐르던 웃음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고, 빛바랜 종이 끝을 만지작거리다 그 가을밤은 별 거 아니었다고, 오른쪽 모퉁이에 적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