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il cuore va./diario

20190126

지새다 2019. 1. 27. 15:11

이십칠 세쯤 되면 그럴듯한 커리어우먼이 될 줄 알았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 넷쯤 해내고, 개떡같이 말해도 콩떡같이 알아듣는 척척박사

세상 모든 일을 거뜬히 해결하는 난놈일 줄 알았다.

현실은 0.7인분을 겨우 채우는 1.3년차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졸업과 동시에 취직하고 직장에서 인정 좀 받다가,

일찍 결혼해 적당히 재밌는 가정을 꾸릴 줄 알았다.

 

퇴근하고 남편과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어떤 새끼가 내 신경을 건드렸는지 시시콜콜 일러바칠 평안이,

내 아이의 밑그림 위에

가장 예쁜 색을 고르고 골라 함께 칠할 기쁨이 올지 모르겠다.

 

그렇게 이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차고 (사실 귀찮고)

내 자리와 안위에 만족하는 평범한 소시민이 되었다.

 

그럼에도 더디고 서툰 나에게 일거리를 주는 곳이 있고

제멋대로인 나를 꽤 오랜 시간 기다려주고,

못마땅한 눈빛과 애틋한 마음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그들이 행복하기를.

 

한때 사랑했던 나쁜놈 나쁜년 모두에게,

신의 살짝 부족한 보살핌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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