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76

20240427

어른이 된다는 건 척의 연속이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러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는 척 내가 혼자일 때면 그 척들이 모여 나를 할퀴는데 어쩌면 그렇게 어디가 가장 약하고 어디가 가장 아픈지를 귀신같이 알아채는지 그래서 나는 문 앞을 서성이다가, 정처없이 방황했다. 다시는 내 집을 슬픔으로 채우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나를 아끼지 않는 이들과 멀어지지 못했고 그렇다고 나를 탓할 수도 없어 그저 큰 숨을 들이쉬며 깊이 가라앉았다.

20240422

오랜만에 남겨두는 기록. 지난 2주간 정말 바빴다. 코드 설계 마감을 앞두고 잠도 못 자고, 끼니도 대충 때우며 주인님 불호령이 두려운 노비마냥 일만 했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큰 일을 앞두고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탓에 몇 가지 미리 미리 해 두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지금쯤 모든 걸 생략하고 대충 사진 한두 장 남기고 끝내고 싶었을 것 같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 내 한 몸 건사하기가 벅차, 도저히 주변까지 신경쓰지 못하는 와중에 때때로 오는 연락들이 참 고마웠다. 준비는 잘 하고 있는지, 뭐 도와줄 건 없는지, 필요한 건 없는지 묻고 진심을 다해 축하하고 응원할 때마다, 쑥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어른들 말씀에, 사람은 큰 일을 치룰 때 진짜 자기 편을 알게 된다던데 나는 그..

20230904

오랜만에 쓰는 일기 바쁜 업무와 과제들이 거세게 몰아쳐 휩쓸고 간 자리, 내 일상은 꽤 황폐해졌다. 며칠 전 조직이동을 했다. 같은 회사에서 도대체 몇 번째 이동인지 모르겠다. 내 의지에 따라, 때로는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으로 나는 이리저리 옮겨다니곤 했다. 스트레스로 심한 두통과 근육통을 앓고 아무리 먹고자고 해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데 사실 지금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던 조직을 떠난 아쉬움도 아니고 더 빡센 조직에 와서 허덕거려야 하는 비참함도 아니다. 한 달 반 가량 동작하지 않는 세면대 물마개 때문이다. 냅다 수리기사님을 부르자니 그정도 고장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방치하자니 고장이 맞다. 업체들의 리뷰나 셀프수리 후기를 내내 뒤져보았지만 솔직히 위에 물마개만 ..

20230601

나는 꼬꼬마 시절부터 백합과 해바라기를 좋아했다. 보통 꽃은 여러 송이가 있어야 눈에 띄고 화려하기 마련인데 그 둘은 한 송이로도 가득 찼다. 혼자서도 빛나는 삶, 굳이 여럿이 아니어도 찬란할 수 있는 삶 내가 동경하는 삶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아빠는 퇴근길에 백합을 사 오셨다. 그리고 오늘은 내 오랜 친구가 해바라기를 건넸다. 어쩌면 나는, 혼자서도 빛을 발하는 꽃을 좋아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잊지 않고 함께 추억해주는 이들을 좋아한 게 아닐까. 내가 사랑한 이들은 나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감싸주고, 때로는 모른 척도 해주고 서운하고 슬픈 일에 대단한 명분이 있어야만 하는 나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는 위로와 위안이었다. 내가 행복을 찾아 떠날 때, 발걸음을 무겁게 ..

20230531

야무지게 마음 먹었던 월간 서예원은 돌아오지 못했다. 거의 매일 야근이었고 집에 오면 지쳐 쓰러져 잠들기 바빴다. 제발 일 좀 줄여달라고 징징대지도 못했다. 다들 나만큼은, 사실 나보다 더 바빴고 내가 일을 줄이면 누군가는 지금보다도 더 과로해야 했다. 자격증 시험을 더 미룰 수 없었고 틈틈이 연애도 해야 했고 가족모임도, 동기모임도 매달 있었다. 요약하자면 피곤해 죽겠어서 월간 서예원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일본어 자격시험을 준비하려고 마음 먹으면서 (사실 내 정서에는 안 맞지만) 일본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 라는 제목의 10부작 드라마인데 주인공이 나를 닮았다며 팀장님이 적극 추천해주셨다. 1화를 보며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에츠코 역을 맡은 이시하라 사토미..

20230205

2014년 겨울, 소니 미러리스 5100 알파를 구입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였는데 가격은 자그마치 한 달 알바비 65만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손을 덜덜 떨며 질렀다. 덕분에 교환학생 시절 내내, 그리고 여행하는 내내 언젠가 흐릿해질지 모를 추억을 많이 남겼다. 2015년 2월, 뉴욕여행을 갔다가 할랄가이즈 트럭에 렌즈 뚜껑을 놓고 왔는데 렌즈에 기스라도 날까 쓸고 닦고 난리부르스를 하던 시절이라 그렇게 청천벽력일 수가 없었다. 아무튼 속상한 마음을 여기저기 티내며 우울감에 빠졌는데 로사와 빈이가 코 묻은 돈을 모아 렌즈 뚜껑을 사줬다. 나는 미국도 인터넷주문이 된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최고로 살기 좋고, 한국인이 제일 똑똑한 줄 아는 국수주의자로서 정말..

20221109

돌아온 월간 서예원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다짐은 잊은지 오래다. 마지막 월간 서예원이 언제인지 살펴보니 무려 7월이다. 그저 덥고 목마른 계절, 아직 포도가 익지도 않은 그런 계절 8월과 9월도 어마어마한 일들이 많았지만 정말 어마어마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기억이 안난다. 그러니 10월을 정리하려고 한다. 10월은 여러 모임이 많았다. 대학교 친구들, 토플스터디 언니오빠들, 운영팀 식구들 아니 왜 이렇게 인간들을 만나고 다녔을까 마치 코로나19 면역이라도 생긴 무적항체처럼.. 믿을 수 없겠지만 나는 아직도 비감염자다. 어쨌거나 내가 10월만 기다린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휴가달이다. 우리 회사는 입사 후 2년마다 장기휴가를 주는데 나는 업무에 적응할 만하면 팀을 옮기고 또 적응할 만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