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0230205

지새다 2023. 2. 5. 20:56

2014년 겨울, 소니 미러리스 5100 알파를 구입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였는데

가격은 자그마치 한 달 알바비 65만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손을 덜덜 떨며 질렀다.

 

덕분에 교환학생 시절 내내, 그리고 여행하는 내내

언젠가 흐릿해질지 모를 추억을 많이 남겼다.

 

2015년 2월, 뉴욕여행을 갔다가 할랄가이즈 트럭에 렌즈 뚜껑을 놓고 왔는데

렌즈에 기스라도 날까 쓸고 닦고 난리부르스를 하던 시절이라

그렇게 청천벽력일 수가 없었다.

 

아무튼 속상한 마음을 여기저기 티내며 우울감에 빠졌는데

로사와 빈이가 코 묻은 돈을 모아 렌즈 뚜껑을 사줬다.

나는 미국도 인터넷주문이 된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최고로 살기 좋고, 한국인이 제일 똑똑한 줄 아는 국수주의자로서

정말 아차 싶었던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새로운 렌즈 뚜껑과 함께 다시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내 카메라의 이름은 로빈이가 되었다.

 

2015년 5월, 학기가 끝나고 미서부부터 투어를 시작했다.

라스베가스가 포함된 짧은 패키지였는데

오랜만에 먹는 매콤한 한식에 얼큰하게 취해버린 나는...

로빈이를 시멘트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다시 우울감에 빠져 인생 다 잃은 생쥐꼴이 되었는데

여행을 시작하는 액땜이라 생각하고, 렌즈를 새로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자마자 소니 서부지점을 찾았다.

그때 무려 600달러를 주고..

세상에 지금 생각해보니 완전 사기당한 코리안이었다.

카메라가 65만원이었는데 꼴랑 렌즈가 600달러라니..

결국 렌즈를 구입했고, 나는 더 굶주리며 여행할 수밖에 없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 로빈이.

 

2015년 7월, 나는 로빈이를 로빈이라고 부르지 못했다.

화창하던 어느 날 나는 갈게, 한 마디를 남기고 로사가 떠났기 때문이었고

졸지에 나는 로빈이를 로빈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서길동이 되었다.

지금은 어디에서 뭐하고 사는지도 알 수 없는 로사, 그녀도 가끔 나를

아니 로빈이를 떠올리며 좋은 추억이었다, 되뇌이고 있을까?

 

때때로 방구석에 방치된 로빈이를 볼 때마다

나를 떠난 이들을, 정확히는

남겨진 내가 어떻게 살지 뻔히 알면서도 그저 떠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이들을

증오하는 마음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신에게는 닿지도 않을 기도를 하곤 했다.

 

며칠 전 당근마켓에 로빈이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어리석고 치졸한 과거를 청산한다거나, 

이제 모든 것을 잊고 행복한 삶을 살겠다거나

기타 등등의 거창한 이유였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고작 돈이 필요했고,

2014년이나 2023년이나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값비싼 물건은 로빈이었다.

연말정산 분납을 위해, 그렇게 로빈이를 팔았다.

 

마음이 힘든 김에

마침 그때가 좀 그리운 김에, 마지막 인사를 빌리자면

그동안 고생 많았고 고마웠어.
즐거운 추억도 많았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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