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il cuore va./diario 276

20140521

언젠가 바보 같던 오늘을 후회하겠지. 요즘은 하루하루가 나 같지가 않다. 닭강정이 먹고 싶었지만, 그냥 집으로 왔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삼디다스를 질질 끌며 느릿느릿 동네라도 걷고 싶었지만, 그냥 집으로 와서 누웠다.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압박, 부담 문득 이 망할 거 내가 왜 해야 하나 회의감 뭐가 달라질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걸까. 책을 펴 놓긴 했지만 보지 않았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지만 만나지 않았고, 전화 한 통이면 달려와 줄 사람에게조차 연락하지 않았다. 마음과 다르게 살고 있다. 하고 싶은 공부는 먼 훗날로 미루었고, 떠나지 않는 미련과 그리움은 화가 난다는 말로, 불쾌하다는 말로 속였다. 더 이상 나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언제든 나를 생각하겠다는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

20140429

한 시간만 자야지, 하고 누웠는데 너무 푹 자버렸다. 망했다 싶어 시계를 보니 6시가 다 되어 간다. 학원 갈 준비를 하는데 창밖으로 유치원생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다녀왔습니다, 하고. 아직 29일이구나 다행이다. 난 여전히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그렇게 가끔 하루를 건너뛰기도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가고 싶은 데 가고 할머니쯤 되면, 가능할까.

20140417

이렇게 다 끝나 버릴까봐, 그래서 나는 무섭다. 분명 내일은 괜찮을 거라는 말을 마음 속 깊이 되새기고 살았는데, 혹시 내일이 와도 이러면 어쩌나 내가 조금도 성장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으면 어쩌나 두려워진다. 어떻게든 커 가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했지만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이 저 밑바닥일까 봐 무섭다. 나는 다시 길을 잃은 기분이다. 어딘가에 빛이 있겠지, 그렇게 헤매다가 더 멀리 더 깊이 어둠에 빠진 것 같다. 겁에 질린 나를 찾아오겠지. 그런 너마저도 이 곳에 갇힐까 두렵다.

20140415

상처받지 않기를, 불행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마음 나를 위한다는 마음 그 고귀한 마음에 고맙다는 말은 개뻥이었고, 사실은 이미 다칠 만큼 다쳐서 너의 그 가소로운 동정이나 배려 따위는 필요없다, 그냥 닥치고 옆에 붙어서 벌이나 받아라, 그렇게 남의 감정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나는 이기적이라 내 감정밖에 모른다, 알 게 뭐야, 외치고 싶었지만 그래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