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뜰 때 나는 늦잠을 잤다. 나만 늦잠을 잔 것은 아니고 서제원도 늦잠을 잤다. 해가 중천에 오를 즈음 서제원과 산책을 하면서, 안 깨우고 뭐 했냐며 타박을 주고받았다. 그래서 연초부터 인생이 배배 꼬인 것일까. 서강대교 위에서 바들바들 떨며 해돋이를 본 것이 오래 전이다. 오라방과 나는 해가 뜨는 것을 보자마자 어쩌면 해가 뜨려고 꿈틀거렸을 뿐인데도 추워 죽겠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호다닥 내려와 피자를 위장에 밀어넣었다. 따뜻하고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은 게 그저 피자뿐이었을까. 어쨌든 그 일이 있고 나는 제주도에 갔다. 6개월 만에 또 부서를 이동하면서 인수 인계에 교육까지 산더미였지만 나를 걱정하는 이들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내가 상처받았다고 똑같이 상처주기는 싫었다. 사랑해 마지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