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일을 못한다.
세상에 예측할 수 없는 버그란 없고
나는 기어코 그걸 놓치고 만다.
오늘도 꼬박 샐 게 뻔하니
뭐라도 좀 먹을까 하다가 관둔다.
떡볶이도 먹고 싶고 탕수육도 먹고 싶고
먹고 싶은 걸 나열하자니 우주를 다 채울 수 있는데
여전히 살이 찌는 게 무섭고
텅텅 빈 통장잔고가 두렵다.
나는 여전히 잠을 잘 못 잔다.
여전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타고
그러니까 스산한 가을비에 눈물이 나고
떨어지는 낙엽에도 우울하고
슬픈 노래를 들으며 세상 비련의 주인공이 된다.
그저 이쁨만 받고 사랑만 받다가
맛있는 음식 배터질 때까지 먹고 푹 자고 싶다.
어느 노래가사는 여전히 아름답냐고 묻는데
나는 참, 변함없이 후지고 구질구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