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리는 오후다.
이런 날엔 박세진이랑 파스타 한 솥 차려서 와인병 나발 불면 죽음인데,
박세진이 너무 보고 싶은 날이다.
요즘따라 나중에, 다음에라는 말을 쓰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을 기약하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나중에 이야기하자던 친구는 나를 떠났고,
다음에 보자던 친구는 소식조차 알 수 없다.
문어가 서울로 취직한 지 삼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밥 한 번을 같이 못 먹었다.
나는 참 잘 잃는 사람인가보다.
사실은 진심이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