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없는 하루였다.
날씨는 여전히 맑았고 온전한 봄이었으며
당장 급하게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지도 않았다.
잠도 충분히 잤고, 밥도 맛있게 먹었다.
외로운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내가 없는 빈 자리를 채우며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당장 내 옆에도 나를 아끼는 소중한 이들이 있었다.
다들 웃고 있었고, 여전히 캠퍼스는 즐거워보였다.
이곳 생활에 회의감을 느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라면 반대겠지.
나도 이 즐겁고 화사한 캠퍼스의 일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어떻게도 설명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날의 소나기 구름처럼 고요하지만 빠르게, 그리고 깊이 밀려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