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밴쿠버 여행을 끝내고 공항 한 구석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셨다.
여행을 좋아하는 엄마 아빠의 영향을 받은건지, 나는 정말로 여행을 좋아한다.
거지같은 체력, 덜렁거리는 성격까지
그래서 여행을 잘 하지는 않지만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곤 했다.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이번에는 조금 더 긴 여행을 선택했고,
그 시간속에서도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이곳에 왔다.
공항까지 오는 길에 별이 어찌나 예쁘던지
앞으로 뭐 먹고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싹 사라져버렸다.
나는 내가 남들의 기대처럼 살 수 없을 거라는걸 안다.
나는 내 능력과 한계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 할 거라는 미안함을
마치 내 몸에 내재된 일부분처럼 여기고 있다.
너를 믿어, 잘 할거야, 할 수 있어
드라마 또는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그런 위로같지 않은 위로말고
그래도 괜찮다, 그래도 너를 좋아한다
그런 슬프지만 슬플 수 없는 한 마디가 필요했듯이
나는 나를 조금 더 존중하기로 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없는 일이라도
일상에 여유는 개뿔 하루하루 자추자추거리며 사는 삶이라도
이게 맞는건가 수백 번 생각이 들더라도
왜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은 걸까 싶더라도
나는 어떻게든 재밌고 신나게 살고 싶다.
시카고로 돌아가면 또 다시 발표, 레포트, 기말고사
진짜 집에 돌아가면 복학, 다시 공부, 취업준비
후회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기에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고 싶다.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빚 지면서까지 여기에 왔고
결말이 뻔히 보이는 마음도 다시 시작했고
이왕이면 해피엔딩이기를,
겁에 질려있던 예전과는 조금 달라져서
온 힘을 다해 쏟아내고, 미련이나 후회 같은 거라곤 없이 흘러가기를 바라고 있다.
어렵다는 걸 알지만 그러던가 말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