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날씨가 스산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빈이랑 디노빌리에 갔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공기도 차가웠다.
역시 봄은 개뿔, 이곳은 여전히 겨울이다.
보람이가 뒤늦게 왔다. 셋이 열심히 밥을 먹고 기숙사에 돌아왔다.
오늘은 시카고와 필라델피아의 프로 축구가 있는 날이다.
다닐로, 비비안나, 파울로, 미카엘 등 몇몇 친구들과 버스정류장에 갔다.
놀랍게도 노란색 스쿨버스였다.
초딩들이나 탈 것 같은 노랑이를 타고 열심히 경기장으로 향했다.
빈이랑 옛날 노래를 신나게 부르다보니 어느새 경기장에 도착했다.
아침보다 더 추웠다.
염색하고 나서 처음으로 셀카를 찍었는데, 여신처럼 나와서 당황했다. 마음에 든다.
기껏 사 온 과자를 못 꺼내게 해서 소심하게 한 움큼씩 들고 몰래 먹었다.
역시 미국 축구는 핵노잼이었다.
특히 수비를 담당한 2번, 4번, 5번의 침대 축구는 가관이었고,
필라델피아의 33번 공격수는 깡패가 따로 없었다.
이렇게 내 처음이자 마지막 미국 축구 경기 관람은 1 대 0으로 끝났다.
비록 발로 뛰라니까 정말 발로 뛰던 경기였지만,
바람을 피해 요리조리 미국 덩치들 사이로 자리를 옮겨다닌 것과
돌아오는 버스가 바퀴 하나 빠진 것처럼 달달 거려 잠든 다닐로를 깨운 것은 꿀잼이었다.
그렇게 목숨을 겨우 건져 집으로 돌아왔다.
씻고 나와 뒹굴뒹굴 하다 보니 벌써 한밤중이다.
내일이 월요일이라니, 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