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8
나는 여전히 일을 못한다. 세상에 예측할 수 없는 버그란 없고 나는 기어코 그걸 놓치고 만다. 오늘도 꼬박 샐 게 뻔하니 뭐라도 좀 먹을까 하다가 관둔다. 떡볶이도 먹고 싶고 탕수육도 먹고 싶고 먹고 싶은 걸 나열하자니 우주를 다 채울 수 있는데 여전히 살이 찌는 게 무섭고 텅텅 빈 통장잔고가 두렵다. 나는 여전히 잠을 잘 못 잔다. 여전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타고 그러니까 스산한 가을비에 눈물이 나고 떨어지는 낙엽에도 우울하고 슬픈 노래를 들으며 세상 비련의 주인공이 된다. 그저 이쁨만 받고 사랑만 받다가 맛있는 음식 배터질 때까지 먹고 푹 자고 싶다. 어느 노래가사는 여전히 아름답냐고 묻는데 나는 참, 변함없이 후지고 구질구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