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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4

춘천에서 입사 전 교육을 받을 때 모두가 기억하고 새겨야 할 제1항이 있었다. 제1항, 장애 발생 시 책임을 따지지 않는다. 빠른 픽스와 재발 방지에 집중한다. 코드를 잘못 짠 주니어, 코드리뷰 당시 발견하지 못한 시니어, 그 시니어를 배치한 조직장, QA를 진행한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큼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6년차에 접어든 나는, 다행히도 제1항을 기억하고 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하면 정작 눈앞에 놓인 중요한 것들을 모두 놓치기 마련이다.

20220131

새해가 뜰 때 나는 늦잠을 잤다. 나만 늦잠을 잔 것은 아니고 서제원도 늦잠을 잤다. 해가 중천에 오를 즈음 서제원과 산책을 하면서, 안 깨우고 뭐 했냐며 타박을 주고받았다. 그래서 연초부터 인생이 배배 꼬인 것일까. 서강대교 위에서 바들바들 떨며 해돋이를 본 것이 오래 전이다. 오라방과 나는 해가 뜨는 것을 보자마자 어쩌면 해가 뜨려고 꿈틀거렸을 뿐인데도 추워 죽겠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호다닥 내려와 피자를 위장에 밀어넣었다. 따뜻하고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은 게 그저 피자뿐이었을까. 어쨌든 그 일이 있고 나는 제주도에 갔다. 6개월 만에 또 부서를 이동하면서 인수 인계에 교육까지 산더미였지만 나를 걱정하는 이들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내가 상처받았다고 똑같이 상처주기는 싫었다. 사랑해 마지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