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내가 종지그릇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는 참 어렵다.
제일 예쁜 나이 스물 세 살,
겁도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말은 못하겠고
비행기에 올라타던 순간까지 매일을 부들부들 떨며 가기 싫다고 징징거렸다.
혼자가 되면 너무 보고 싶을까봐,
하루에도 세 네 번은 보던 친구들에 정 떼겠다고 하루 한 번 보기를 시전하다가
역시 너는 병신이야, 혼이 나기도 했다.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1도 못 알아듣겠고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0도 모르겠을 때,
아무리 괜찮은 척 하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싶었을 때
꺼냈던 옷가지를 다시 챙겨 캐리어를 잠그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알아볼 때,
어렵게 꺼낸 내 이야기에
괜찮다고, 아무도 널 나무라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켜준 서지원씨가 참 보고 싶은 날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그래서 내가 조금 더 이곳에서 이 사람들과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들이 나에게는 너무 특별한 순간들이었고,
그 특별한 순간들이 나에게도 일상이 되기까지 흘렀던,
그렇게 흘러가는 척 하면서 쌓여온 시공간들이 나를 조금 더 성장시켰을 거라고 믿는다.
종지그릇이 끝끝내 커질 수 없다면,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그 종지그릇을 깨부수고서라도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