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0220904

지새다 2022. 9. 4. 16:28

내가 2년 가까이 일본 팀원들과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표정, 말투, 뉘앙스, 시선 처리, 손 동작 등 비언어적인 부분을 캐치해야만

진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나와 함께 일했던 모든 일본인들은 거절처럼 들리지 않게 거절했다.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혹은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아주 예의바르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거절같지 않은 거절을 했다.

그래서 나는 거절당한 지도 모른 채 거절당한 게 부지기수였는데

다른 방안을 찾으라는 한국 팀원들의 설명으로 겨우 상황을 파악하곤 했다.

 

애매모호한 걸 극혐하는 나로서는 정말 고된 일이었다.

왜 조금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걸까.

정말 그것만큼 폐를 끼치고 실례를 범하는 일도 없는데.

 

스스로 눈치없는 게 아니라 눈치보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피곤하고 불편해지기 때문에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거나 곤란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눈치 없는 척 하기, 를 택했다.

어쩌면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르는척할 뿐 진짜는 아니었기에 그게 또 상처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은 쉽고 마음은 어렵다.

그러니까 진짜는 표정, 말투, 뉘앙스, 시선 처리, 손 동작이다.

비언어적인 부분을 이해해야만 진짜 마음, 꾸며지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진짜를 알 수 있다.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없다는 건 신의 실수일까 묘수일까.

표정을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상대방뿐이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얼마나 부담스러워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은 절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애써 잘 포장했다고 뿌듯해할지도.

 

그러니까 당신과 마주앉은 나, 오로지 나만 알 수 있었다.

당신의 표정과 말투로, 뉘앙스로

당신이 얼마나 당황하고 난처한지, 불편한지

나를 보고 있지만 내 어깨 너머 무엇을 보고 있는지

당신의 손이 얼마나 천천히 다가와서

얼마나 빠르게 물러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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