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0220807

지새다 2022. 8. 7. 16:42

거실 바닥에 누워 뒹굴뒹굴 하다가

포도 두 송이를 씻어 먹었다.

옥수수 찌는 냄새가 온 집안에 퍼져서

외딴 시골 집에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계곡도 못 가고 해수욕장도 못 가고 있는데

왜 자꾸 술 마시고 수영하지 말라는 안전 문자가 올까.

부럽고 짜증났다.

 

일본어 숙제를 끝내고

옥수수 5개를 아그작아그작 먹으며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라는 영화를 봤다.

 

같은 음악, 같은 소설을 좋아하고 심지어 운동화까지 똑같던 남녀는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연인이 되었다.

그리고 어렵게 취업을 하고 하루하루 살아내기 급급한 날들이 계속되며

전혀 특별할 것 없이 이별했다.

화려하고 찬란하게 피었다가 금방 시드는 꽃다발이었다.

 

아그작아그작 라면땅을 먹다가

그 다음 영화로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를 골랐다.

중세 시대의 유럽은 참 별로다.

 

설거지와 청소를 끝내고 미용실에 갔다.

중세 유럽의 거추장스러운 가발을 보고 있자니

내가 다 찝찝하고 불편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홀가분해지고 싶다는 오랜 바람 때문일까.

 

1만원이었던 커트 비용은 1만2천원이 되었다.

무소비자인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면 정말 물가가 미친 거다,

라는 생각도 잠시

원장님은 대기가 많아 2시간 뒤에 오라고 했다.

 

언니는 땡볕에 1시간을 기다려 오픈런을 성공했지만

겨우 루이비통 가방 하나를 건진 게 다였고

나는 1년 만에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나섰지만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불경기라는 말이 사실 와닿지 않는다.

나 빼고는 죄다 돈을 쓰고 싶어 안달 난 것 같다.

혹시 이것도 세상의 음모, 또는 몰래카메라 같은 게 아닐까.

사실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쪼들리는 건 나 뿐이고

남들은 정말 억대 연봉에 갚을 빚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늦으면 택시 타고 배고프면 배달 시키면 그만이라고 생각할까

정말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 가격을 안 보는 걸까.

 

아무튼 집에 돌아와 분리수거를 하고

다시 거실 바닥에 누워 멍 때리다가 시간 맞춰 미용실에 갔다.

하지만 30분쯤 더 기다려야 했다.

 

어떤 부부와 3살 정도로 보이는 아기가 있었는데

아기가 칭얼거리자 엄마는 애를 안고 후덥지근한 복도로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면서 어르고 달래는데

아빠는 에어컨 빵빵한 실내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잡지를 볼 뿐이었다.

괜한 오지랖을 부려 아기 엄마에게 그냥 들어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기는 원래 칭얼거리고 원래 잘 울고 원래 좀 시끄럽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기 아빠의 아메리카노를 뺏어 싱크대에 쏟아버리고 싶었다.

 

제3자인 나도 이렇게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아기 엄마는 오죽할까, 그리고 저 아기 엄마의 엄마는 얼마나 분통이 터질까.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일반 커트였기에 5분 만에 끝나버렸다.

역시 살아간다는 건 허무하고 또 분통 터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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