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0220131

지새다 2022. 1. 31. 16:57

새해가 뜰 때 나는 늦잠을 잤다.

나만 늦잠을 잔 것은 아니고 서제원도 늦잠을 잤다.

해가 중천에 오를 즈음 서제원과 산책을 하면서, 안 깨우고 뭐 했냐며 타박을 주고받았다.

그래서 연초부터 인생이 배배 꼬인 것일까.

 

서강대교 위에서 바들바들 떨며 해돋이를 본 것이 오래 전이다.

오라방과 나는 해가 뜨는 것을 보자마자 어쩌면 해가 뜨려고 꿈틀거렸을 뿐인데도

추워 죽겠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호다닥 내려와 피자를 위장에 밀어넣었다.

따뜻하고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은 게 그저 피자뿐이었을까.

 

어쨌든 그 일이 있고 나는 제주도에 갔다.

6개월 만에 또 부서를 이동하면서 인수 인계에 교육까지 산더미였지만

나를 걱정하는 이들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내가 상처받았다고 똑같이 상처주기는 싫었다.

사랑해 마지않는 이들이었고,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잠을 잤다.

 

그러나 그 일이 있고 나는 돌아왔다.

마지막 애국지사라도 되는 듯 결혼과 육아와 가정의 가치를 역설하던 엄마는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해 가르치고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묻고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내가 꿈꾸는 인생에 대해 궁금해했다.

반가웠고 창피했고 속상했다.

 

어제 오늘 온 가족이 번갈아가며 전화를 걸어왔다.

잠은 잘 잤는지, 밥은 챙겨 먹었는지를 살폈고

나는 같은 대답을 네 번이나 해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뭐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내 어쩔 수 없었을 거다.

 

햇살 좋은 날 카페 테라스에 앉아

갓 나온 따끈한 빵을 뜯으며 커피를 마시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통장 잔고를 보지 않고 치킨을 주문하는 날도

맥주 한 잔 하자고 동네 친구를 부르는 날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스케이트를 타러 가기에는 세상이 변했고

남은 호떡을 모두 달라고 하기에는 견과류가 너무 많았다.

후회하지 않겠냐는 협박은 계속될 테고

사실은 이미 후회하는 중이라고 말할 작정이었다.

 

엄마는 가만히 내 머리를 쓸어주었다.

마음이 흔들리면 그저 버리는 것도 방법이었음을

육십이 다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며 나를 위로했지만

소란스러운 침묵으로 답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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