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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4

일본은 5월 초가 골든위크다. 회사 사람들은 보통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쉰다. 일본 업무를 맡은 지도 벌써 1년이다. 업무 교육이나 인수인계는 없었고, 다들 때 맞춰 휴가 가기 바빴다. 다음 골든위크에 나는 뭐하고 놀까 상상하곤 했는데 그저 일하기 싫어 죽겠는.. 6년차가 되었다. 4월 마지막주는 버그를 미리 잡아내기 위해 분주하다. 그렇게 발악을 해도 골든위크에는 언제나 버그가 발생한다. 꾸역꾸역 해결하고 나면 다행히 업무가 널널해진다. 내가 일하기 싫은 건 골든위크 때문일까 아니면 화창한 봄날씨와 춘곤증 때문일까 2년차 연봉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여서일까 나를 이해하려 애쓰지 않는 이들을 곁에 두어서일까 나는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정말이지 더 멀어지고 싶었다.

20220503

우리가 멀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서로 달랐음을 인정하는 편이 나았다. 내 미성숙함과 착각에서 비롯된, 너에 대한 권리 주장은 그저 오지랖과 객기에 불과했다는 것도 몇 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마저도 네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몰랐겠지만. 나는 과거를 이야기하는 게 지겹고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부정해야 하는 게 슬펐다. 그게 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