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엄마의 새로운 취미는 나를 무릎에 눕히고 머리를 땋는 일이다.
같은 반 여자애들이 양갈래 삐삐 머리를 하거나
호박만한 리본을 달고 촐래촐래 걸어올 때 내심 부러웠던 건 사실이다.
왜 나는 선머슴같은 커트머리에 위아래 전혀 안 어울리는 옷을 입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노란 목폴라에 초록색 니트조끼, 갈색 골덴바지는
부조화 끝판왕에 억지로 끼워맞춘 나무 한 그루가 아닐 수 없다.
그 시절 엄마는 회사와 집안일에 치여 머리를 매만져주지 못했다.
언니의 긴 머리카락을 노란 고무줄로 질끈 묶어주기에도 벅찼고
엄마의 고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라도 커트머리를 고집해야 했다.
엄마는 머리 한 번 땋아주지 못한 지난 날을 아쉬워하며
자꾸만 머리카락이 빠져 끝내 탈모샴푸까지 쓰게 된 둘째 딸의 머리를 가만히 쓸었다.
더 잘 키워주지 못해 미안해,
나는 괜찮다고 했다.
왜냐면 정말로 괜찮았고
이제라도 우리가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또 우리에게 시간이 꽤 남은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솔솔 잠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