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교시 수업이 끝나고 초밥을 먹기로 했다.
선배는 여느 때와 같이 늦었다.
이쯤이면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는 게 낯설거야, 라고 생각했으나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억울하고 서운했지만 차마 투정부리지 못했다.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두 시간 마주앉은 기억으로 한 달은 버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후로 선배를 만나지 않았다.
마지막 만찬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도 없었고
뭐 그렇다 할 감정싸움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포기하면 편할 거라는 말로 나를 단념시켰다.
초밥집이 사라진 자리에는, 국물 자작한 떡볶이집이 생겼다.
느리고 어리숙한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나의 스무 살을 휘저었던 꽃송이도 저문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