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넘어가자, 이번 한 번만 제발 그냥 넘어가자.
턱 밑까지 차올라 요동치는 진심을 내뱉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솔직해짐으로써 우리 관계가 어떻게 끝날지 뻔히 보였기 때문에.
그럼 내가 정말로 혼자가 되기 때문에.
두 팔을 붙잡고 정신없이 흔들다가 머리를 몇 대 쥐어박고
평상시보다 높은 옥타브와 빠른 템포로 너를 몰아붙이고 싶었다.
동굴을 부수고 늪을 헤엄쳐 나를 꺼내오는 너는,
어째서 이따금씩 차가운 대지로 나를 내몰곤 하는지에 대하여.
아마도 나는 할 수 없을 거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자.
적어도 지금은 혼자가 되고 싶지 않고,
사실 나는 너를 잃는 것을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기에.
너의 그 치졸하고 비겁한 방식이 지겨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아니 그건 네가 아니라 내 방식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