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서 집콕한지 10일 째
이러다 고독사해도 아무도 모르겠다 싶어 탈출, 아니 외출을 결심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공원을 산책하면 사람들과 덜 마주칠까 싶었지만
돌아온 잠만보는 그렇게 일어날 수 없다.
나는 10시 넘어 눈을 떴다.
여유롭게 산책하겠다던 어제의 낭만은 사라지고
하 오늘은 진짜 뭐 먹지? 먹고 사는 문제만 남았다.
오랜만에 자극적인 인스턴트를 먹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뚜벅이의 유일한 믿을 구석, 캐시워크에 접속했다.
맛있는 버거킹과 건강한 서브웨이 사이에 고민하다가
쿨하게 버거킹 쿠폰을 결제했다. 내 소중한 캐시 1만1천9백원.
버거킹이 있는 서현역으로 향하다가 나도 모르게,
사실 너무나도 의도적으로 크리스피도넛이 위치한 수내역에 도착했다.
하프더즌이냐 더즌이냐 세기의 고민 끝에 하프더즌 쿠폰을 결제했다.
마찬가지로 소중한 캐시 1만9백2십원.
그동안 고생했으니 나에게 이 정도는 쓰자.
그래도.. 되겠지?
혹시 백화점 안에 있는 매장이라 쿠폰을 쓸 수 없다고 하면 어쩌지,
심장이 콩닥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체크카드를 챙겨오지 않은 나를 반성하고 있는데
직원은 1박스가 아니라 2박스를 건네주었다.
2초 정도 짧은 고민 후에, 나는 1박스를 샀다며 양심선언을 했다.
"오늘 1+1 행사에요."
천사는 2박스를 건네며 다시 한 번 웃어주었다.
드디어 나에게도 운수 좋은 날이 찾아온 것이다.
오늘을 위해 그 길고 긴 28년 인생을 견뎌온 걸까.
어린 시절부터 먹을 걸로 싸워온 내 전우들, 서지원과 서제원까지 떠올랐다.
설렁탕을 사서 집으로 향하는 김첨지의 마음이 이랬을까.
나는 도넛 2박스를 들고, 마침내 성공한 시골소녀처럼 빛의 속도로 뛰었다.
버거킹에 도착해 당당하게 치즈와퍼세트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한 손에는 크리스피도넛을, 다른 한 손에는 햄버거를 들고
이매사거리 횡단보도를 유유히 걸었다.
짜릿하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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