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76

20191215

다시 시작된 불면증에 이틀 밤을 꼬박 새고 누워 있는데 벽에 걸린 저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니 저 옷이 나한테 참 잘 어울렸지, 몇 살까지 입었더라? 아마도 언니가 물려주고 내가 입고, 다시 동생한테 물려줬을텐데. 팔이 짧아 소매를 두 번이나 접었네. 저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사진사 아저씨는 몇 번의 셔터를 눌렀을까. 우리를 얼마나 어르고 달랬을까. 동생의 백일 사진이라면서 왜 내 집에 걸려 있는거지? 여덟 정도의 집을 거치느라 분홍색 테두리가 저렇게 닳았나. 떠도는 삶은 아니었으나 그다지 정착된 삶도 아니었나보다. 불쌍하네 좀. 맞아 사실 나는 그만 가고 싶다.

20191213

여자는 혼자일 수 없는 자신이 불쌍했다. 혼자서는 스테이크를 먹을 수도 없고 혼자서는 아프다고 소리내 울 수도 없어 슬펐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는 언제나 타인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조금만 버벅대도 스테이크를 제 앞접시에 가져가 잘게 잘라줄 사람이 있었고 배꼽 위를 몇 번만 쓸어내려도 약국에 달려갈 사람이 있었다. 리모컨 건전지는 새로 채워져 있었고, 잊지 말고 서류를 받아오라며 몇 번이고 전화가 왔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냐고, 왜 이렇게 성가시게 구냐고 나무란 것도 아닌데 오히려 그 반대였는데도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제발 그냥 좀 놔 둬, 메아리가 딩-하고 저 벽에 달라붙어 감쪽같이 스며들었다. 차라리 내가 혼자였다면 덜 외로웠을 거야, 라고 말했지만 남자는 듣지 못했다. 그러니 너는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