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76

20200717

오래 전 어느 드라마에 나왔던 추억은 추억일 뿐 아무런 힘이 없다는 말은 틀렸다. 하루 걸러 상처받고 지옥을 갱신하는 삶에서도 오직 추억이었다. 추억을 좀먹고 버티는 이들은 널리고 널렸지만 추억 때문에 죽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모질게 떠났으나 그동안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으로 싸늘한 말로 생채기를 냈지만 마음만은 여렸던 사람으로 포장하고, 하다못해 시련과 고통을 마주할 용기를 배웠다며 방어하기 바빴다. 극도로 미화되어 껍데기만 남은 추억이라도 기어코 도망간 알맹이 찾겠다고 빗속을 헤매는 게 아니라면 그 역시 좀 봐줘도 되지 않을까. 이제 나도 그 지긋지긋한 비 말고, 빗속을 헤매다 엉엉 운다거나 홍수에 잠겨버린다는 결말 말고 어느 맑은 날 늦잠 자다가 약속에 늦었다는 둥 한때 즐겨 듣던 노래는 제목조차 ..

20200203

얼마 전 본가에 내려가 장롱 깊숙이 쌓아둔 짐을 정리했다. 나는 스몰라이프를 추구하는 데다가 미련같은 걸 남기는 사람이 아니기에 싹 다- 장작더미에 밀어넣겠다며 호언장담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와 언니는 코웃음을 쳤다. 땅꼬맹이 시절부터 모아온 편지들 중에는 "내가 뭘 잘못했니?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심통만 부리고 그 이유는 말해주지 않는 고약한 심보를 타고난 탓이다. 그렇게 치사하고 옹졸한 성격은 열여섯 살까지 이어지고 마침내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천사가 되는데 이때 받은 편지의 대부분은 "고맙다"와 "앞으로도 잘 지내자" 등의 내용이었다. 물론 고등학교 3년 간 유지되던 온순하고 평화주의적인 성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댐의 수치는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