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2
15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두 달만에 봉사가는 날이라 서둘러 준비했다. 출근시간을 겨우 피했더니 지하철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잔뜩 쌓여있는 누빔지를 보고 있자니 한숨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꼬박 7시간 동안 밑그림을 그리고 오렸다. 물집 세 군데가 다 터져 이러다가 손을 못 쓰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너무 오바일 것 같다. 애증의 740번 버스를 타고 수색역에 도착했다. 세상에 하늘이 이렇게 예쁠 수가. 티 없이 맑은 하늘에 슬금슬금 해가 저물고 익숙한 동네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애증의 서울, 애증의 마포구. 서울은 죄가 없다. 나도 알아. 너는 죄가 없지. 이틀 고민 끝에 독감예방접종을 취소했다. 나는 지금 내 몸이, 그깟 백신 하나 버티지 못할 상태라는 걸 잘 안다. 이번 겨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