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76

20201022

15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두 달만에 봉사가는 날이라 서둘러 준비했다. 출근시간을 겨우 피했더니 지하철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잔뜩 쌓여있는 누빔지를 보고 있자니 한숨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꼬박 7시간 동안 밑그림을 그리고 오렸다. 물집 세 군데가 다 터져 이러다가 손을 못 쓰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너무 오바일 것 같다. 애증의 740번 버스를 타고 수색역에 도착했다. 세상에 하늘이 이렇게 예쁠 수가. 티 없이 맑은 하늘에 슬금슬금 해가 저물고 익숙한 동네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애증의 서울, 애증의 마포구. 서울은 죄가 없다. 나도 알아. 너는 죄가 없지. 이틀 고민 끝에 독감예방접종을 취소했다. 나는 지금 내 몸이, 그깟 백신 하나 버티지 못할 상태라는 걸 잘 안다. 이번 겨울도..

20201018

오천년만에 늦잠을 잤다. 늦잠이라고 해봤자 여덟시지만. 빨래가 돌돌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동안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다.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공기는 서늘해도 볕이 따뜻했다. 괜히 다리도 뻗어보고 여기저기 굴러도 보며 휴식을 만끽했다. 내가 원하는 건 고작, 이렇게 가끔 부질없는 여유를 부리고 책을 읽다가 다시 잠에 들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것. "인생은 늘 우리의 비루한 상상력을 앞선다."

20201008

오늘도 어김없이 여섯시 삼십분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이불을 털었다. 또 아침 설거지를 하고 옥상에 빨래를 널었다. 해도 안 떴는데 이렇게 분주한 집은 우리집뿐이다. 다들 아직 자는 것 같다. 옷을 세 겹 껴 입고 할아버지와 운동을 다녀왔다. 그래도 몸이 찌뿌둥해서 자전거를 타고 두 바퀴 더 돌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불빨래를 했다. 옥상에 이불을 널고 마당에 내려왔다가 혹시 몰라 빨래집게를 몇 개 더 챙겨 다시 올라갔는데 미친 오늘따라 바람이 왜 이렇게 부는지 새하얀 이불이 옥상바닥에 철푸덕 떨어져 있었다. 작은 소리로 욕을 하고 다시 이불빨래를 했다. 손 시려워 죽겠다. 다시 옥상에 이불을 널고 빨래집게를 열 개씩 동여맸다. 오늘도 어김없고 거침없는 미친 감나무잎을 세 번쯤 쓸었다. 자전거 청소까지..

20201006

여섯시 삼십분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이불을 털었다. 식탁에 앉아 수다를 잠깐 떨고 아침 설거지를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침을 먹지도 않는데 설거지는 꼭 내 몫이다. 옷을 세 겹이나 껴 입고 털신을 신었다. 어제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가 새벽 추위에 호되게 당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집에서 쫓겨난 거렁뱅이인줄 알았다고 놀렸다. 할아버지랑 동네 한 바퀴를 하고 오니 여덟 시가 되었다. 슬슬 해가 떴다. 옥상에 빨래를 널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야무지게 이용해먹을 생각이다. 빗자루를 챙겨 마당과 골목길을 쓸었다. 모른 척 하고 싶어도 이 근처에 감나무집은 우리집뿐이라 어쩔 수 없다. 감나무는 기온차가 조금만 벌어져도 잎을 모두 떨구기 때문에 영 마음에 안 든다. 한 바퀴 빗자루질을 하고 허리를 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