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0210122

지새다 2021. 1. 22. 23:49

왠지 마음이 쪼그라드는 기분에 평소보다 일찍 누웠다.

역시 잠이 오지 않아 노래 한 곡을 틀어놓고 눈을 감는데

갑자기 이게 꿈은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조금 다행이기도 하고 또 조금 허무하기도 하면서

내가 눈 떴을 때 돌아가 있을 곳은 어디일까 상상해보았다.

 

첫 번째 후보로 대학교가 있다.

그야말로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사시나무 시절인데

최근 들어 섹션 선배들과 친구들이 계속 꿈에 나오는 걸 보니

말로는 최악이었다,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바득바득 우기지만

분명히 행복했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 탓이다.

가족을 떠나 혼자 살면서 모든 결정과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있었고

그러니까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상처를 주든 상처를 받든

어떤 실수를 하든 잘못을 하든 다 내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서툰 주제에 거침이 없었다.

호의와 애정을 계속해서 베풀고 그보다 더 돌려받았으며

정말 딱 그만큼 미움과 증오를 주고 또 돌려받았다.

어려서부터 똑부러지고 어른스럽다는 얘길 들었으니, 내가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아주 단단히 틀린 평가였다.

내 종지그릇에 담기에는 마포구에서의 8년이 너무 과분했다.

 

두 번째 후보로는 중학교가 있다.

어쩌면 그렇게 예민한 시기에 그렇게까지 험난한 상황에 놓였는지

등교부터 하교까지 피터지는 전쟁이었고

내가 조르고 졸라 (전적으로 사심에 의해) 다녔던 학원은 또 다른 의미에서 전쟁이었다.

그때 나는 세상이 정말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아무튼 여러모로 전쟁터 속에서 유일한 민들레는 동방신기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이번 생에 그렇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싶다.

애들이 나오는 음악방송이나 예능은 삼십 번도 넘게 돌려보고

신문지에서 편성표 부분을 오려 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며

또 애들이 홍보하는 맛동산과 미스틱은 오지게 사먹고

똑같은 앨범을 4개씩 산다거나 브로마이드를 받기 위해 불쌍한 동생을 줄 세운다거나

서울 공연을 오가느라 학교도 빠지고 새벽 가출을 일삼던 일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 몇 년간의 내 인생은 동방신기와 양거영과 문어와 곰팡이로 점철된다.

나를 거꾸로 매달아 탈탈 털면 그저 사랑만 나부낄 시절이었다.

 

세 번째 후보로는 역시 어린 시절이 있다.

우리 가족에게 '그때 그 시절'이란 1997년부터 2003년까지를 의미한다.

오로지 나에게만 대입한다면, 온갖 병이란 병은 다 달고 살던 시절이고

(나는 정말 내가 어른이 되지 못할 줄 알았다)

부모님은 일하느라 바빴으므로 언니, 동생과의 추억이 주를 이루며

어린 아이들이 세상의 낭만을 배우고 만끽하던 시절이다.

도쿄에서 유학 중인 큰삼촌이 똑같은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 세 개를 사왔는데

우리는 똑같은 대중가요 테이프 세 개를 들으며

사랑은 목숨을 기꺼이 내 놓을 만큼 고귀한 것이고

사랑을 하지 않는 멍청이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배웠다.

지금은 유튜브에 글자 몇 개 넣으면 온갖 음악과 뮤비가 다 나오는 세상이다.

세상 사람의 3분의 1정도는 주체할 수 없이 발전하는 기술을 탐탁치않아하지만

그 기술 덕에, 삼 남매가 나란히 육교를 건너며 흥얼거리던 노래가 생생히 살아있다.

지오디의 '다시'와 스페이스에이의 '어게인'이 다행히도 거기 있다.

 

그러니까 여기 분당집에 혼자 누워있는 지금이 꿈이고

아날로그 또는 전쟁터 민들레 또는 종지그릇 시절이 현실이라면 어떨까.

친구들과 초밥을 먹으며 상사가 어떻고 주식이 어떻고 떠드는게 아니라

꼬여버린 카세트테이프 구멍에 새끼손가락을 넣고 돌렸다면

매점 문 뒤에 숨어 있다가 따뜻한 옥수수소세지빵을 건넸다면

같이 스케이트 타 줘서 고맙다고 내일 공연 잘 하라고 웃으며 손 흔들었다면

어쩌면 지금 다른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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