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두 달만에 봉사가는 날이라 서둘러 준비했다.
출근시간을 겨우 피했더니 지하철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잔뜩 쌓여있는 누빔지를 보고 있자니 한숨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꼬박 7시간 동안 밑그림을 그리고 오렸다.
물집 세 군데가 다 터져 이러다가 손을 못 쓰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너무 오바일 것 같다.
애증의 740번 버스를 타고 수색역에 도착했다.
세상에 하늘이 이렇게 예쁠 수가.
티 없이 맑은 하늘에 슬금슬금 해가 저물고
익숙한 동네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애증의 서울, 애증의 마포구.
서울은 죄가 없다.
나도 알아. 너는 죄가 없지.
이틀 고민 끝에 독감예방접종을 취소했다.
나는 지금 내 몸이, 그깟 백신 하나 버티지 못할 상태라는 걸 잘 안다.
이번 겨울도 부디 별 일 없이 지나가기를.
저녁으로 고구마와 매실차를 챙겨 먹고
다시 뚜벅 뚜벅 회사로 향했다.
저기 저만치 내려온 반달이 보보스 건물에 닿을락 말락.
그때도 달이 저렇게 예뻤는데.
아마 그래서 더 목소리가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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