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vita da vivere, come il cuore va./diario

20201006

지새다 2020. 10. 6. 17:32

여섯시 삼십분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이불을 털었다.

식탁에 앉아 수다를 잠깐 떨고 아침 설거지를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침을 먹지도 않는데 설거지는 꼭 내 몫이다.

 

옷을 세 겹이나 껴 입고 털신을 신었다.

어제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가 새벽 추위에 호되게 당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집에서 쫓겨난 거렁뱅이인줄 알았다고 놀렸다.

 

할아버지랑 동네 한 바퀴를 하고 오니 여덟 시가 되었다.

슬슬 해가 떴다.

옥상에 빨래를 널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야무지게 이용해먹을 생각이다.

 

빗자루를 챙겨 마당과 골목길을 쓸었다.

모른 척 하고 싶어도 이 근처에 감나무집은 우리집뿐이라 어쩔 수 없다.

감나무는 기온차가 조금만 벌어져도 잎을 모두 떨구기 때문에 영 마음에 안 든다.

한 바퀴 빗자루질을 하고 허리를 폈는데

바람 한 자락에 다시 또 감나무잎이 무진장 떨어졌다.

아주 작은 소리로 욕을 하고 다시 쓸었다.

 

장화를 신고 목장갑을 챙겼다.

오늘부터 오전 업무에 밤 줍기가 추가되었다.

올해 한 번도 밤을 줍지 않았더니 산 밑까지 가득했다.

남들은 밤을 터니 따니 하는데

떨어진 것들만 스윽 봐도 오늘 다 줍지 못할 것 같다.

 

이 놈의 맷돼지들은 이렇게 널리고 널린 밤이나 먹을 것이지

남의 귀한 복숭아는 왜 자꾸 훔쳐먹는지.

복숭아나무를 심은 지 8년은 된 것 같은데

단 한 번도 단 한 알도 맛 보지 못했다.

올해도 맷돼지가 쓸어갔다는 아빠의 말이 놀랍지도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보니 미친 감나무잎이 마당에 또 한 가득이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모른 척했다.

 

매실액과 호박즙을 꺼내 따뜻하게 데워 마셨다.

 

아침에 엄마가 삶아 둔 밤을 깠다.

칠십 개는 되는 것 같았는데 한알 두알 까 먹다보니 다 먹었다.

맷돼지놈들이 밤나무 근처에도 안 갔으면 좋겠다.

 

저온창고에 가서 포도를 네 송이 꺼내 먹었다.

 

가디건을 걸치고 자전거를 탔다.

동네를 두 바퀴 돌고나니 점심시간이다.

드디어 오전일정이 끝났다.

 

아빠가 막사에서 따온 버섯을 넣고 된장찌개를 끓였다.

고추무름이랑 닭고기볶음이랑 같이 먹었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라꾸라꾸에 누워있다보니 초콜릿이 먹고 싶다.

시골구석엔 그런 게 없다.

 

할아버지와 숙제를 했다.

오늘은 시간 맞추기, 같은 그림 연결하기, 숫자 따라쓰기 였다.

지난 번처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연결하는 실수는 하지 않으셨다.

그때 그때 컨디션이 다른가보다.

 

오후 청소를 하려고 창문을 모두 열었다.

창문을 열자마자 아 진짜 저 놈의 감나무잎 죽여버릴까.

마당을 한 번 더 쓸었다.

 

이불과 베개와 카펫을 모두 널었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까지 다 하고 나니 오늘도 힘들어 죽겠다.

옥상에 올라가 빨래가 고루 마르도록 뒤집었다.

 

손빨래하는 김에 식기류와 수세미도 따로 세척해 옥상에 널었다.

진짜 힘들어 죽겠다.

 

두시 삼십분이 되어서 노트북을 켰다.

네이버가 공정거래위반으로 과징금 267억을 부과받았다고 한다.

267억이나 있었나? 부럽다.

 

업무 툴과 하렘의 남자들을 동시에 띄웠다.

그냥 후궁 다섯 명이랑 치정이나 즐기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맙소사 좀비에 흑마법사까지 나온다.

이미 시작했으니 완결까지 보긴 할 텐데 벌써 막막하다.

 

네 시가 되니 기온이 슬슬 떨어졌다.

창문을 닫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려고 하지만

저 미친 감나무잎.

두 번째로 모른척 했다.

 

오늘은 엄마가 일찍 퇴근하실 것 같아 둥구나무 아래에서 기다렸다.

정확히는 떡볶이와 케이크를 기다렸다.

 

엄마가 마당 좀 쓸지 그랬냐며 한 소리했다.

네? 제발요 선생님. 마음 같아선 저거 다 캐 버리고 싶어요.

쟤가 서제원이랑 동갑이니까 사실 나무치곤 살 만큼 산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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