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내려앉은 퇴근길, 저 멀리 아빠가 우두커니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는 내 가방을 메고 평소보다 느리게 걸었다.
이제는 열아홉도 아니고, 딸기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여전히 아빠의 서툰 방식을 사랑했다.
엄마는 빨래를 널고 과일을 곱게 잘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엄마는 나에게 혼자서도 잘 살아야 한다고,
남들에게 힘든 내색을 하면 그게 약점이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던 사람이다.
이제와서 타인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라고 하니, 통할 리가 없다.
그렇게 엄마와 아빠는 제 자리로 돌아가고
나만 여기 멈춰 서 있다.
작은 기침에도 그들의 온기가 빠져나갈 것 같아
꼼짝없이 서서 숨을 아주 작게 내쉬었다.